나는 내가 살면서 좀 특이하다고 남들과는 다르다고 생각은 했지만
뭔지 모르는 뭔가가 있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고기능 자폐를 설명하는 글들을 보면 나를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다른 사람들의 예시를 들으며 공감이 많이 됐다.
그러던 중 고기능 자폐를 알게 되었고
진단받지 않았지만
원래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좀 편해졌다.
그리고 나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내 행동들과 내 특징을 공유하려 한다.
미취학에서 저학년시절
1. 선택적 함구증이 있었다.
어른이 말을 걸면 내가 말을 해야 하는데
아무 말을 하고 싶지도 않고
막상 하고 싶어도 말이 안 나왔다.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고
부모님의 지인이 놀러 오거나 처음 보는 사람이 있다면
인사만 하고 숨곤 했다.
수줍음이 많은 아이라고 생각했을 테지만
사실 수줍음을 넘어서 대답을 못하는 수준이었다.
2. 사람들과 놀기보단 혼자 놀기
혼자서 정말 잘 놀았다.
퍼즐이나 틀린 그림 찾기 이런 시각적으로
다른 점을 찾거나 맞춰나가는 활동들에 심취해 있었다.
그리고 한자에 빠져서 옥편사전에서 가족들 이름을 찾는 걸 좋아했고
그냥 옥편을 보고 있기도 했다.
학창 시절
1. 친구관계
친구가 있었지만 깊은 속내를 터놓지 않았고
터놓는 방법도 모르고
항상 나만의 경계를 치고 사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별 이야기를 하지 않고
나의 이야기도 하지 않고
심지어 남들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어떻게 친해지는지도 모르고
친해지려 노력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며 자랐다.
2. 이유가 꼭 있어야 한다
충분한 설명이 없으면 이유를 반드시 알아야 하는 성격
호기심이 많은 물음표 살인마가 바로 나였다.
학교를 왜 다니는지,
"그냥"하면 안 된다는 규율을 왜 지켜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차라리 다수를 잘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이유라도 설명해 줬으면 잘 따랐을 텐데
그저 규율이니까 지켜라! 나는 건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처음 들어갔던 직장에서는 무작정 시키는 일들은 실수 남발 가득이었다.
이게 어떻게 흘러가고 이래서 이 일을 하는 맥락과 이해가 있어야
나는 비로소 그 일을 실수 없이 일할 수 있었다.
3. 관심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다.
수업은 잘 들었다.
수업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게 재밌었지만
듣는 걸로는 내 머릿속에 공부가 되지 않았다.
복습과 예습은 또 안 좋아해서 시험 성적이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시험기간에는 공부를 해야 하겠지?라는 생각에 한다면 벼락치기를 했다.
4. 3명 이상 모이면 대화할 수 없다.
학창 시절 다 같이 놀러 가거나 그러면 조용히 있었다.
지금도 좀 이런 경향이 있는데,
3인 이상이면 대화가 너무 어렵다.
1:1 만남은 어찌어찌 대화가 가능한 상황으로 열심히 사회성을 갈고닦았고
좀 더 편안하다.
그리고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에서는 어릴 적은 도저히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려웠고
나를 판단하지 않는, 욕하지 않는, 잣대로 탓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서만
간간히 내 이야기를 조금씩 할 수 있었다.
말이 느리고,
누가 물어보면 대답은 느리지만
행동은 빨랐다.
누가 간단한 것도 물어보면 난 대답이 느리다.
좋아하는 영화가 뭐야?
라고 물어본다면
내가 봤던 영화가 뭐가 있더라부터 시작해서
내가 좋아하던 게 뭐더라 과거를 쭉 훑어야 한다.
성인
1. 관심 있는 건 최대노력, 나머지는 흥미도 없다.
전공을 잘 찾았다.
전공이 재밌었다. 시각적으로 작업하는 게 많았고
단순히 외워야 하는 과목들이 없었기에 적성에 딱이었다.
그렇기에 항상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고 잘하고 싶은 욕심이 많았다.
몰두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새도록 하기도 했다.
2. 스몰톡 불가
친구를 사귀다가도
매일매일 메신저를 하는 것도 난 어려웠고
별 의미 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어려웠다.
말했다시피 지금은 피나는 노력으로 좀 나아졌다.
방법은 심리 책을 읽고
사람과 많이 부딪혀보았다는 점
3.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른다.
나는 내 이야기를 정말 못하는 사람이었다.
극극극 소수에게만 터놓고
사람을 사귈 때 거의 담을 하늘까지 쌓는 것처럼 틈을 주지 않았다.
틈을 주는 법을 몰랐다.
4. 감정을 배워야지만 이해할 수 있다.
감정 슬프다 기쁘다 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지
인지를 못하는지 어떻게 느끼는지 잘 모르겠다.
이성으로 생각하며 내 상태를 설명하는 건 가능하다.
그래서 그런지 인내심이 강하기도 한편이다.
그 외
1. 직감과 관찰력이 좋다.
어떤 때는 예지몽 같은 꿈을 꾼 적도 있다.
거짓말 같지만 진짜 그랬다.
직감이 발달했다.
말을 잘 못하니까 관찰력이 늘어서 그런지
사람들의 외모 변화를 굉장히 잘 알아본다.
염색을 한다거나 머리를 자른다거나 하는 사항들을
틀린 그림 찾기처럼 달라 보이고 바로 알아볼 수 있다.
2. 아직도 말을 잘 못한다.
아직도 선택적 함구증처럼
어느 순간에는 패닉처럼 아무 말도 안 나오는 때가 있다.
불안감이 휩쓸려와서 말을 못 할 때가 있다.
3. 말보다 글을 더 선호한다.
말은 하려면 정리를 엄청해야 한다.
회사에서 보고를 한다면
미리 이렇게 말하고 저렇게 말하고 요렇게 말해야지!라고 생각해도
말이 느리고 단어가 잘 생각이 안 나고 그런데
글은 좀 더 나를 표현할 수 있다.
대학 때는 교수님에게 대면상담 신청보다는
이메일을 보내며 고민상담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말로 들어온 자료는 반드시 적어야만 기억할 수 있다.
이미지로 머릿속에 남겨놔야
그 기억은 뇌의 한편에 보관이 되고
말로 듣는 건 절대 남지 않는다.
그래서 남들과 대화할 때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날 때도 있는데
헤어지고 나서 간단히 일기를 쓰면서 메모를 적어두는 연습을 한다.
이건 꿀팁이다. 다른 사람의 관심사를 기억하고 말하는 건 대화의 큰 연결성이 된다.
4. 반향어
남들의 말을 굉장히 따라 한다.
예를 들어 어 오늘 웬일로 핑크색 옷을 입었네!라고 들으면 핑크 ~ 라며 나도 모르게 대답한다.
핑크가 잘 어울리죠? 이런 문장이 아닌 단어로 끝내는 게 내 습관이다.
5. 회사의 정치질 관심 없다.
그냥 다 잘 지내고 싶다.
누구를 욕하고 미워하고 이런 거 말고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이쪽에서 미움받고 저쪽에서 미움받고 이런 느낌도 있다.
어쩌겠나.. 별 관심이 없는걸..
그 외
융통성이 없었고
사람들 간 대화도 어렵던 나였지만
여기저기 부딪혀보고 사회의 쓴 경험을 겪으니
데이터가 쌓여서 좀 이럴 때는 이렇게 저렇게 말해야 지라는 게 생겼다.
수영 정말 좋아한다.
아파서 앓지 않는 이상 수영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
살면서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들었던 말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
고집이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취미
혼자 하는 활동을 좋아한다.
사진 찍거나 산책하기
뜨개질과
운동은 러닝과 수영
요즘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한다.
다양한 사람의 각양각색 경험을 들으면서 사고의 폭을 넓히려 한다.
경청을 잘한다.
언어배우고 심리도 관심많다.

이 글을 쓰는 이유
자폐적인 성향인지 자폐인지
진단받지 않아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는 걸 확신하며 살았다.
이런 상황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공감이 되고 자신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성했다.
남들과 다른 게 죄악이 아니고
충분히 그럴 수 있고
그렇다면 나를 사랑하고 나를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에는 방학 때 티브이를 보며
나는 왜 친구가 없을까?
나도 친구와 나가서 놀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연락할 용기도 없었고
연락할 친구도 없던 기억이 있었기에
외로움과 고독을 잘 알고 있다.
그때 내가 원래 이런 성향이 있어서
충분히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았더라면?
그냥 내가 이렇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을 듯싶다.
지금은 이런저런 피나는 노력으로
나를 좀 더 사랑하게되었다.
나에게 너그러워지고
내 흐름을 이해하고 나아가자.
그냥 내 매력포인트라 생각하자
역시 내가 귀여운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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